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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20

투사와 신사 안창호 평전

by goyooha 2020.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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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삼웅

출판사: 현암사

출판날짜: 2013. 05. 13.

페이지: 288p

장르: 역사일반

 

2020. 03. 29. ~ 2020. 04. 03. 총 6일간 독서

 

서평

도산 안창호에 대해서 알게된 책. 사실 성함 말고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빈농의 아들이었다는 점, 서북 출신이라는 점 등 깔끔해보이는 인상만으로 가진 편견을 타파해준 책이었다. 도산 안창호 전집이라는 14권짜리로 된 책도 읽어보고 싶은데 너무 오래전에 절판되고 도서관에도 있는 곳이 없어서 기회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안창호 선생은 현대로 보면 페미니스트라고도 할 수 있겠다. 어린 약혼녀를 여동생과 함께 서울로 데리고 가서 학교를 보내고, 미국으로 함께 가서도 농장에서 일을 한 돈으로 아내를 교육시키는 등 평등주의를 몸소 실천하고 산 분이었다. 그 시대에 참 깨어있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1926년 이후로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서거하셨다는 점은 정말 안타깝고, 또 그 세월을 견디고 지지해준 처와 자녀들도 강단있었다고 보인다.
독립운동이라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그 시대에 독립운동 활동을 하려면 돈부터가 문제였을텐데 가족이 지원해주고 함께 활동하는 분들도 지원해준 것을 보면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 아니었나 싶다. 또, 단순하게 독립운동을 하면 체포당해 바로 처형되거나 감옥에서 고문을 당하다가 돌아가시는 걸로만 알았는데 안창호 선생에게는 전향회유도 여러차례 했다는 것이 놀랍다.
통합과 화해를 중시했던 선생의 제자인 이광수가 변절한 것은 분노할만한 일이지만 간단하게 욕과 비난만 할 수 있을까?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자문해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소극적 친일로도 견디기 힘든 시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친일을 변명하자는 것은 아니고, 그만큼 복잡했던 시대였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는 의미이다.
더디게 읽은만큼 더 크게 다가온 시대의 아픔이었다.

 

메모

24p
도산이 즐겨 쓰던 휘호, 애기애타(愛己愛他)

114p
부자들이 마음이 나빠 돈이 없다 하기도 하며, 협잡배가 많고 애국금을 모으는 위원들을 믿을 수 없어서 돈이 아니 온다 하지만, 실상 돈이 안 나오는 이유는 우리 국민은 돈이 없어도 일이 되는 줄 아는 까닭이라 합니다. 그래서 독립도 글자나 말만으로 되는 줄 알고 있습니다.

115p
우리 국민은 본래 통일된 민족입니다. 인종상, 혈통상으로 보아 우리는 잡종이 아니요, 순수한 통일 민족입니다. (중략) 또 언어도 하나요, 문자와 습관도 하나요, 예의도 그러합니다. 정치적으로도 중앙집권이었고 결코 중국 모양으로 주권이 여러 지방 혹은 부분에 나뉜 적이 없었습니다.

 

116p

이 시기의 안창호에 대해 일부에서 실력양성론자로 인식하는 것과는 달리 그는 누구보다 강하게 독립전쟁론을 펴면서, 1920년을 '독립전쟁의 해'로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군무총장 이동휘의 명령에 따를 것을 지시했다. 이동휘는 철저한 무력전쟁론자였다.

160p
옳은 일을 지성으로 지어 나가는 사람은 옳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나를 스스로 경계하고, 여러분 형제자매에게 간절히 바라는 바는 옛날과 같이 옳은 일을 하지 못할 만한 지위에서 떠나, 옳은 일을 할 만한 사람의 자격을 가지도록 먼저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165p
이 시기 독립운동 세력들이 구상했던 민족유일당은 한인 세력의 '대단결체'로서, 정당 형태의 최고권력기구였다. 이는 '이당치국(以黨治國)'의 원리를 원용한 조직으로서, 망명 세력의 정치적 둥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또 주권˙영토˙인민이라는 국가의 구성요소가 부재한 피식민지 상황에서는 정부보다 정당 형태의 중심조직이 적합하다는 주장으로 뒷받침되었다.

173p
이광수는 자신의 친일행각을 위장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안창호와 연계되는 것처럼 행세했다. 1922년 국내에서 물의를 일으킨 「민족개조론」의 글머리 '변언(辯言)'에서는 자신이 추진하는 '민족개조'의 철학이 "재외동포 중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하여,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안창호의 뜻임을 내세워 자신의 글을 합리화시키려 들었다.

181p
지도자의 자격은 무엇으로 판정합니까?
어떠한 협동이든지 그 협동 중에서 앞선 사람이 곧 지도자의 자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지도자의 자격은 비교하여 생기는 것인데 그 비교는 다른 협동의 인물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요, 어떤 협동이든지 그 협동 자체의 인물 중에서 비교하여 그중 앞선 사람을 지도자의 자격으로 인정하면 되는 것입니다.
무조건 허영만을 기준으로 하여 지도자라고 인정하지 말아야 합니다. 먼저 그 사람의 주의와 본령과 방침과 능력을 조사한 후에 그 주의와 본령이 내 개성에 적합하고 그 주의에 대한 방법과 능력이 나와 다른 사람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본 후에 지도자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을 살피는 방법은 사회에 떠돌아다니는 요언비어에 의하지 말고, 그 사람의 실제적 역사와 행위를 밝게 살피는 것입니다.

182p
무정한 사회와 유정한 사회
인류의 불행하고 불쌍한 자 중에 가장 불행하고 불쌍한 자는 무정한 사회에 사는 사람이요, 복 있는 자 중에 가장 다행하고 복 있는 자는 유정한 사회에 사는 사람입니다. 사회에 정의가 있으면 화기가 있고, 화기가 있으면 흥미가 있고, 흥미가 있으면 활동과 용기가 있습니다.
유정한 사회는 태양과 비와 이슬을 받는 것 같고, 화원에 있는 것 같아서 거기에는 고통이 없을뿐더러 만사가 잘되어갑니다. 흥미가 있으므로 용기가 나고 안락의 자료가 일어납니다.
이에 반하여 무정한 사회는 가시밭과 같아서 사방에 괴로움뿐이므로 사람들은 사회를 미워하게 됩니다. 또 다르게 비유하면, 어둡고 찬바람과 같아서 공포와 슬픔만 있고 흥미가 없음에 그 결과로 움츠러들 뿐이요, 염세와 유약과 부활만이 있을 따름이며, 사회는 사람의 원수가 되니 이는 사람에게 직접 고통을 줄 뿐 아니라, 그에 따라 모든 일이 안 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대한 사회는 가장 불쌍한 사회입니다. 그 사회의 무정이 나라를 망하게 했습니다.

216p
안창호도 상해 시절 몇 차례 기고한 바 있는 이 잡지(《동광》)는 창간호 사설에서 "참되어 거짓됨과 속임이 없는 것, 제가 해야 할 일(임무)을 곧 하는 것, 개인에게 대하여서나 단체에 대하여서 한 번 하기로 허락한 의리는 괴롭거나 즐겁거나 이보거나 해롭거나 좋거나 싫거나 꼭 지키되 건정례로 말고 전심력을 다하여서 할 것, 나의 의무라고 알고 의리라고 알 때 단연히 행하기를 시작하되 아무런 위험이나 곤란이 오더라도 참고 이기고 견디어 생명으로서 끝을 보고야 마는 것, 사(私)보다 공(公)을 먼저하고 공을 위하여는 사를 희생하는 봉공의 정신, 동포에게 대하여 동지에게 대하여 자기가 속한 모든 단체에 대하여 사랑과 용서와 서로 돕고 서로 격려하는 정신"을 제시한 바 있었다.

253p

선생이여!

선생의 영혼이 계시면 이날 이때에 평안히 누워 계시지 못하리이다. 김구는 도탄에 빠진 3천만 동포, 그중에도 특별히 38선 넘어 우리의 그리운 고향에 있는 가련한 동포를 대표하여 선생께 우리의 갈 길을 가르쳐주시기를 간구(懇求)하나이다. 앞산에서 두견이 울면 선생이 부르시는 줄 알것이요, 뒤창에서 빗소리가 나면 선생이 오신 줄 알 것이니, 꿈에라도 나타나서 우리의 갈 길을 일러주사이다.

 

255p

"민주적 민족주의자다"

안창호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은 '제도적 민주주의'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 주권의식에서 그 가치를 찾았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현대 민주주의적인 인식이었다.

오랫동안 흥사단 단원을 지낸 전 연세대 총장 백낙준의 평가다.

나는 도산의 정치사상을 국가 주인의 민주적 민족주의라고 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나라의 주인으로서의 민주적 민족주의라는 생각이다. 도산의 유명한 말에 "당신은 우리나라의 주인인가?", "내가 나라의 주인이라는 책임을 지자"는 뜻의 말도 있다. 모든 국민은 자기의 나라와 겨레를 위하여 주인의식으로 봉사하고 책임지라는 교훈을 도산은 청년들의 교훈으로 가르쳤던 것이다.

 

257p

"공론망담보다 돌 하나씩이라도"

쓸데없이 하늘과 바람을 잡는 공론망담보다 일토석(一土石)과 반행보(半行步)라도 무실역행주의(務實力行主義)에 치중했다. 도산은 이 주의를 일반 학생에게 실행시키기 위하여 아침 상학 때마다 반드시 돌 한 개씩 가져오기를 지시했다.

261p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262p

"우리중에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그 사람 자신이 왜 인물 될 공부를 아니 하는가?"

 

"나 하나를 건전 인격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 민족을 건전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동지를 믿고 속아라. 세상에 마음 놓고 믿는 동지가 있다는 것처럼 행복이 또 어디 있으리오."

 
263p
"우리는 각기 자기 허물만 스스로 고칠 뿐이요, 결코 남의 일에나 허물에 개의치 말 것이다."

 

"모진 돌이나 둥근 돌이나 다 쓰이는 장치가 있는 법이니, 다른 사람의 성격이 나와 같지 않다고 나무랄 것이 아니다."

 

"먼저 힘써 일하고 그 후에 도와주기를 기도하라."

"우리 민족은 서로 사랑하는 민족이 되자. 서로 사랑하면 살고 싸우면 죽는다."

 

264p

"천병만마를 쳐 이기기는 쉬우나 내 습관을 이기기는 어려운 일이니, 우리는 이 일에 일생을 노력해야 한다."

 

"역사에 다소 관용하는 것은 관용이 아니요 무책임이니, 관용하는 자가 잘못하는 자보다 더 죄다."

 

"거짓말 잘하는 습관을 가진 그 입을 개조하여 참된 말만 하도록 하자. 글 보기 싫어하는 그 눈을 개조하여 책 보기를 즐기도록 하자."

 

"얼렁얼렁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했다. 우리의 최선을 다하더라도 최선되기 어렵거늘 하물며 얼렁뚱땅으로 천년 대업을 이룰 수 있는가."

 

"어떤 신이 무심중에 와서 홀출 내게 묻기를, '너는 무엇을 하느냐'할 때에 '나는 아무것을 하노라'고 서슴지 않고 대답할 수 있게 하라."

 

"우리가 세운 목적이 그른 것이면 언제든지 실패할 것이요, 우리가 세운 목적이 옳은 것이면 언제든지 성공할 것이다."

 

265p

"우리는 자유의 인민이니 결코 노예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 우리를 명령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각자의 양심과 이성뿐이라야 할 것이다. 결코 어떤 개인이나 어떤 단체에 맹종하여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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