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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20

80일간의 세계일주

by goyooha 2020. 4. 8.
728x90

저자: 쥘 베른

역자: 김석희

출판사: 열림원

출판날짜: 2007. 01. 12.

페이지: 390p

장르: 프랑스문학

 

2020. 04. 04. ~ 2020. 04. 07. 총 4일간 독서

 

서평

어린 시절에 읽었던 것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때가 많이 탄걸까. 멋있어 보이기만 했던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는 곱게 보이지 않고, 그 하인 파스파르투는 경솔하게만 보인다. 물론 캐릭터 자신이 작가는 아니지만, 쥘 베른의 여성관에 대해서 실망스럽고, 흥미진진했던 모험담은 그저그런 허세 섞인 무용담으로만 비춰진다. 이 소설에서 아우다 부인은 어떤 인물일지 알 수 없다. 단순히 여행 중에 필리어스 포그에 의해 구출되어 새 삶을 얻었고, 여행을 쭉 같이 하며 감정이 싹터 그와 결혼까지 하게된다는 지극한 사실만 빼면 아우다 부인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하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인물은 포그도 마찬가지다. 자라면서 너무 많은 영화와 드라마, 책 속의 인물들을 봐왔나보다. 포그처럼 단순해보이는 인물은 단조롭다 못해 지루하기까지 하다.

물론 쥘 베른의 상상력은 대단하다. 마치 작가 본인이 80일 간의 세계일주를 다녀온 것처럼 매사에 구체적인 묘사는 놀랍기까지 하다. 단순한 풍광의 묘사가 아니라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다다르는 탈것과 그 소요시간 등을 계산하여 글을 쓴 걸까? 실제로 그가 이 소설을 연재할 때 사람들은 소설 속의 런던 사람들처럼 필리어스 포그가 진짜 80일 안에 세계일주를 할 것인가에 내기를 걸었다고 한다. 그만큼 실감나고 현실적인 묘사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제 이 책을 놓아주려 한다. 추억은 추억이었고, 시대는 변했다.

 

메모

74p

13일에는 모카가 시야에 들어왔다. 도시를 띠처럼 둘러싸고 있는 무너진 성벽 위로 푸른 야자나무 몇 그루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멀리 떨어진 산들 사이로 드넓은 커피 농장이 펼쳐져 있었다. 파스파르투는 이 유명한 도시를 보게 된 것이 기뻤다. 그리고 폐허가 된 요새가 둥근 성벽에서 손잡이처럼 삐죽 튀어나와 있어서 도시 전체가 거대한 커피잔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133p

브라만교의 전설에 따르면 이 도시가 있는 자리에는 옛날 카시 왕국이 있었는데, 카시 왕국은 마호메트의 무덤처럼 하늘과 땅 사이의 공간에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양학자들이 인도의 아테네라고 부르는 바라나시도 좀더 현실적인 이 시대에는 단단한 땅 위에 산문적으로 놓여 있을 뿐이었다.

 

258p

승객들은 이 산악지방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선로는 산맥의 다양한 지형에 따라 때로는 산허리에 매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벼랑 위를 지나기도 했지만, 가파른 비탈을 피해 대담하게 급커브를 틀어 막다른 골목처럼 보이는 좁은 협곡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기관차는 성궤처럼 빛나고, 커다란 헤드라이트는 노란빛을 내뿜고, 은종은 깨끗이 문질러 닦아서 윤기가 나고, 배장기(排障器)는 기관차 앞에 박차나 충각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기관차의 기적과 굉음은 급류나 폭포 소리와 섞이고, 기관차가 내뿜는 연기는 새까만 전나무 가지 주위에서 소용돌이쳤다.

 

270p

파스파르투는 신념을 가진 독신자로서, 한 남자의 행복을 위해 여럿이 감당해야 하는 여자 모르몬 교도들을 바라보면서 일종의 공포를 느꼈다. 그는 특히 동정을 받아야 할 쪽은 오히려 남편이라고 생각했다. 온갖 기쁨이 가득한 모르몬의 낙원에서 최고의 꽃으로 군림하고 있을 게 분명한 영광스러운 스미스와 함께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그렇게 많은 여자들을 한꺼번에 이끌고 인생의 거친 파도를 헤치며 모르몬의 낙원으로 그들을 인도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파스파르투는 그런 인생에 어떤 사명감도 느낄 수 없었다. 아마 착각이겠지만, 솔트레이크 시티의 여자들이 심상치 않은 눈길로 그를 살피는 것 같아서 파스파르투는 불안해졌다.

 

366p

이렇게 하여 필리어스 포그는 내기에 이겼다. 그는 80일 동안에 세계일주를 끝마쳤다. 그러기 위해 온갖 탈것을 이용했다. 기선·기차·마차·요트·상선·썰매, 심지어 코끼리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이 별난 신사는 놀라운 침착성과 정확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이 여행에서 그가 얻은 이익은 무엇인가? 그는 이 여행에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왔는가? 아무것도 없다고 사람들은 말할까? 확실히, 한 아리따운 여성 말고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다. 그러나 좀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 여성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었다. 사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하찮은 것을 위해서라도 세계일주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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