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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20

차나 한 잔

by goyooha 2020.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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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승옥

출판사: 민음사

출판날짜: 2017. 06. 30.

페이지: 168p

장르: 문학일반

 

2020. 04. 20. 총 1일간 독서

 

 

서평

솔직히 김승옥이라는 작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그래서 구입했던 것 같다 이 책을. 편독의 경향이 있는 나 스스로의 잘못된 독서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하지만 역시나 읽을 때 불쾌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작가들마다 인물을 그리는 방법이 모두 다르다. 여성 작가는 대부분 화자가 여성이고, 남성 작가는 대부분 화자가 남성이다. 하지만 화자가 남성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남성은 아니다. 세상에도 여러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듯이 작가들도 고유한 기본 인물형상을 가지고 있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는 아마 작가 자신의 본질적 성향에서 인물그리기의 방법이 나오지 않나 싶다. 나도 가끔 짧은 글짓기를 하곤 하는데, 대부분이 나같은 인물을 화자로 내세우기 때문에 프로작가라고 해도 그 본질은 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김승옥이 생각하는 여성상은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사실 불쾌하다. 대부분의 구시대 남성작가들이 그렇듯이. <운수 좋은 날>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아내를 대하는 행동양식이 거의 유사하게 펼쳐진다. 아니, 더 불쾌할지도 모른다. 여성의 '썩은 음부'라든지 성적인 농이라던지.. 물론 화자의 상황에서 분명히 분노할만한 입장이기는 했으나 소설적 표현을 반드시 여성의 생식기나 육체에서 찾아야 했을까?

 

나는 문학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예술은 한 단계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현실의 추잡스러움을 그대로 담아낸다든지, 지나치게 미화한다든가 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과유불급' 인생의 거의 전반에 적용되는 말이겠지만 예술에도 또한 적용되는 말이라고 본다. <차나 한 잔>은 굳이 현실에서의 추잡스러움을 꺼내어 다시 보는 불쾌감을 준다. 같은 상황을 묘사한다손 치더라도 풍자일지 아닐지는 독자가 결정하는 것일진대, 나의 감상은 '풍자가 아니다' 쪽이다.

 

현대 작가들에게 실망스럽다. '글'을 쓴다는 분들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인지.

 

메모

[서울의 달빛]

23p

어느 날 나는 문득 내가 그 여자에게 결혼 신청을 해 볼 수도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자 그 여자가 승낙하리라 확신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운명이니까. 지금 그 여자에게 결혼하기로 약속한 남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여자가 그 약속을 취소하고 나와 결혼할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운명이니까.

 

31p

나는 그것들의 부력(浮力)에 나의 존재를 떠받치도록 맡기고 있었고 그래서 나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이전의 나로부터 점점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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