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요나스 요나손
역자: 임호경
출판사: 열린책들
출판날짜: 2013. 07. 25.
페이지: 508p
장르: 독일문학
2020. 04. 10. ~ 2020. 04. 13. 총 4일간 독서
서평
역사를 알고 보면 더 재밌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홍보를 잘못한듯 싶다. 너무 유쾌한 이야기로 알고 책을 집었는데, 그렇진 않았으니 말이다. 요양원에 있던 평범해보이던 100세 노인은 여러 일에 휘말리게 되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겁에 질렸을 일들에 너무나도 태연하게 대처하는 100세 노인이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도 그럴법한 게 휘말리게 되는 일이 단순히 길잃은 고양이를 마주치게 된다든가 실은 지갑을 요양원에 두고온 정도가 아니라 살인과 절도 등등이기 때문이다. 약간 북유럽식 일본소설 같다고 해야하나? 트렁크를 도둑맞은 갱단원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 노인의 모습은 너무도 태연자약하게 그려졌다. '실은 냉동고에서 죽어버렸다'는 말에 '아 그렇구만!'하며 걱정따위는 없다는 듯 대답하니 말이다. 일이 술술 잘 풀려(어떤 면에서는 범죄의 은폐) 보다보면 사람이 죽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게 된다. 요양원을 탈출한 이후의 일들과 노인의 과거를 왔다갔다하며 서술하는 방식은 작가의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한다. 어떤 때에는 노인의 과거가 궁금해서, 어떤 때에는 탈출 이후의 일들이 궁금해서 읽다보면 과거의 일들과 현재가 만나게 되며 마무리되기 때문에 지루할 틈은 없다.
또, 현대사를 적절히 버무려놓은 덕분에 역사를 좋아하지만 머리가 복잡한 건 싫을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유명인사들이 주욱 나오며 알란 칼손이라는 이 100세 노인을 만나고, 일련의 역사적 사건들과 소설적 사건들이 어우러진다. 번역을 그렇게 한 것인지, 원작 또한 어투가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때론 인생의 고통들을 유머의 한 종류처럼 나열한 것은 어색하기는 했지만 노인의 초연함을 느껴지게 한다.
삶에 대한 낙관적 태도, 진정한 긍정은 그저 웃는 것이 아니라 알란 칼손의 태도와 같은 게 아닐까? 산전수전 다 겪고나면 초연함을 갖게 되는 것처럼. 인생사 그저 흐르는대로! 라고 외칠 것만 같다. 스트레스를 필수적으로 달고 살 수 밖에 없는 현대인에게 주는 교훈이 한 편의 이야기로 묶여 있는 책이다.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볼 수 있는 책. 그러나 영화나 책 마케팅에서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고(액션, 유쾌상쾌통쾌 등) 읽는다면 실망하겠지만, 알란의 태도처럼 '음 읽어나볼까'하는 마음으로 읽는다면 와닿는 것이 많을 그런 책이다.
삶을 알란처럼!(범죄는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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