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윤대녕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날짜: 2014. 01. 15.
페이지 445p
장르: 한국문학
2020. 04. 16. ~ 2020. 04. 18. 총 3일간 독서
서평
<찔레꽃 기념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편의 로맨스영화같은 흐름이었기 때문이다. 단편을 읽을 때는 항상 뜬구름 잡는 기분이었는데 윤대녕의 글은 참 따스하다. 방황하는 주인공들이 낯설지 않다. 나같다. 이입할 수 있다.
글 속의 화자는 모두 남자였지만 약간 소심하면서도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은 인물들로 그려진다. 여타 다른 남성 작가들의 화자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그래서 더 공감할 수 있었고, 그냥 '사람사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30대의 허무감과 지침 등은 특히 와닿았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의 글까지 쭉 엮여있는 이 중단편집은 시간이 흐르면서 작가의 글이 어떻게 변모했는지도 볼 수 있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윤대녕의 다른 글들을 더 찾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메모
[January 9, 1993. 미아리통신]
12p
그러나 꼭이 하고 싶은 일이 우리에겐 남아 있지 않았다. 영화관에 가는 것도, 연극을 보러 가는 것도 이십대에 무던히 해본 일이어서 이젠 궁상 맞고 식상한 일쯤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서른 살이 훌쩍 넘다보면 모든 일에 지치고 흥미를 잃게 마련이다. 겉으론 좀 무디고 태연해지는 대신 안으론 불안이 가중되고 으레 사는 일과 관계된 뼈다귀 같은 일들만 남게 되는 법이다.
[상춘곡]
150p
혼자 있으면서 자꾸 독해진다는 거, 그래서 가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그것밖에는 줄 게 없다는 거, 이처럼 무섭고 슬픈 일이 또 어딨습니까. 나도 이제부터는 조금 무뎌지기도 하고 밤에도 가끔 대문을 비껴놓고 자는 버릇을 길러야겠습니다. 인옥이 형의 말대로 우리는 그동안 너무 노한 채 쇠문 속에 자신들을 가두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내가 지금 주제넘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요.
161p
이제 우리는 가까이에선 서로 진실을 말할 나이가 지났는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우린 진실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깨달은 지 이미 오랩니다. 그것은 한편 목숨의 다른 이름일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아무때나, 아무 곳에서나, 아무한테나 함부로 그것을 들이댈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것은 자주 위험한 무기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여기 와서 알게 됐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것을 멀리서 얘기하되 가까이서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이들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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