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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20

바람이 분다, 가라

by goyooha 2020.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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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강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날짜: 2010. 02. 26.

페이지: 390p

장르: 한국문학

 

2020. 04. 14. ~ 2020. 04. 16. 총 3일간 독서

 

 

서평

한강의 소설은 난해한 것일까. 나는 읽을 때마다 잘 모르겠다. 빙빙 두르는 게 내 취향은 아니기도 하고, 일단 호흡이 너무 짧다. 맥이 빠져 있는 것 같은 인물들. 독특하다.

 

이야기는 서인주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서인주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그림, 물건은 남아있지만 그 자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벌어지게 되는 일들. 주인공인 정희는 인주의 삼촌에 대해서 많은 묘사를 한다. 연약하고 가벼운 존재. 이상하게 정희의 시선이 머무는 곳의 끝은 항상 인주의 삼촌인듯 하다. 서인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싶다가도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삼촌과의 기억에 머무르고 있다. 나는 한강의 소설에 항상 등장하는 화가의 예술성의 표현으로서의 스킨십이 약간 불쾌하다. 내가 지나치게 고지식적인 면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저런 관계였어야 이야기가 될까? 하는 의문이 있다. <채식주의자>를 읽고도 한동안 구역질이 났었다.

 

맥빠짐과 동시에 집착을 표현해내는 신기한 작가다. 한강의 인물들은 모두 집착이 심하다. 그것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책을 읽는 편인 나에게 한강 작가의 책은 너무나도 피곤하다. 끙끙 앓으며 책을 읽는 기분이다. 자신이 사랑에 빠진 사람은 죽었고, 그 사람에게서 사랑받지 못한 분노를 주인공에게 쏟아내는 강석원 같은 인물은 정말 처절하다. 저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저 나이에? 소설이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한편, 사랑받는 것에 대한 자격이 있는가 하는 물음도 생긴다. 강석원은 정희에게 "인주가 너 따위의 인간을 평생 사랑했다니..."라며 분노에 치를 떤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사람의 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눈빛입니다. 눈빛은 성형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눈빛은 그 사람의 삶을 나타내기 때문에 마음가짐을 달리하면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라는 말과 강산도 변하는데 사람도 변하지 않겠느냐는 말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공존 가능한 말이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며 때로 과거의 자신이 한 행동을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만큼 순간순간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또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하물며 타인은 어떻겠는가. 강석원은 서인주가 사랑한 정희를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그의 눈은 갇혀있기 때문이다. 아마 그가 서인주에게 사랑받지 못한 이유도 그런 종류의 것이겠지만.

 

책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죄를 지은 사람들이라는 점이 참 씁쓸하게 다가온다.

 

메모

74p

삼촌이 들려주었던 인면도화(人面桃花)라는 말을 기억했다. 복숭아꽃처럼 어여쁜 얼굴이라는 뜻―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지 못하면 그리움 때문에 얼굴이 아름답게 기억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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