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상
출판사: 민음사
출판날짜: 2017. 06. 30.
페이지: 132p
장르: 문학일반
2020. 04. 20. 총 1일간 독서
서평
이상과 김유정이 친한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된 책. 호기심에 김유정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충격적인 것을 보았다. 박녹주를 스토킹했다는 것. 그것도 평생을. 대단한 양반이다 정말. 평소에 이상의 광기어린 특이함을 천재의 그것으로 보았었는데, 조금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다. 자기연민에 빠진 사람이었던 것 아닐까.
같은 글을 읽는 시기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것은 놀랍다. <날개>가 그렇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 읽었을 때는 그렇게 천재적인 글로 보였는데, 지금은 보잘 것 없다. 한심하고 자기동정적이다. 아마 이상의 다른 글들도 연이어 읽어서 더 그렇게 느낀 것 같다. 가난하다고 해서 모두가 다 우울에 빠지거나 타인에게 의존적으로 얹혀사는 것은 아니다. 물론, 비관적일 수 있지만 그것은 그 상황이 그런 것이지 내 존재에 대해서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의 글 속 인물들은 모두 자기연민에 빠져있다. 스스로가 너무 불쌍해서 못봐주겠다는 식이다. 못난 사춘기 청소년처럼 미성숙하다. 그리고 항상 결말은 자살. 읽는 내내 우울감을 전염시키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
천재는 이런 게 아니다. 글을 서술해간 방식은 창의적이지만, 일제강점기라는 것을 꼭 일본어로 티를 냈어야 했는지도 의문이고, 읽기 어렵게 쓰는 것이 재능있는 것도 아니다. 문학이라는 것은 공감의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상의 글은 공감할 수 있는 층이 매우 좁은 매니악한 글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쏜살 시리즈의 편집이 읽는 데에 매우 불편하다. 가로 폭이 너무 좁아서 책을 쫙 펼쳐야만 글을 읽을 수 있는데다가 독서 중간에 엎어 놓으면 조가비처럼 입을 다물어버린다. 북디자인 누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음사의 판본이 원래도 가로폭이 좁은데, 이 시리즈는 더 좁아서 짜증난다. 유튜브에서 민음사 소속 북디자이너가 판본을 이렇게 짜는 이유에 대해서 말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지극히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의 이유라 어이없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 출판시장이 독서를 즐기지 않는 사람을 공략하여 책같지도 않은 책을 찍어내는 것에 더하여 판본까지 이런 식으로 하다니. 외국어능력이 부족한 자신만 탓하게 된다.
메모
[날개]
15p
나는 가장 게으른 동물처럼 게으른 것이 좋았다. 될 수만 있으면 이 무의미한 인간의 탈을 벗어 버리고도 싶었다.
나에게는 인간 사회가 스스러웠다. 생활이 스스러웠다. 모두가 서먹서먹할 뿐이었다.
[실화]
71p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82p
법정대학(法政大學) Y군, 인생보다는 연극이 더 재미있다는 이다. 왜? 인생은 귀찮고 연극은 실없으니까.
[권태]
128p
방에 돌아와 나는 나를 살펴본다. 모든 것에서 절연된 지금의 내 생활―자살의 단서조차를 찾을 길이 없는 지금의 내 생활은 과연 권태의 극(極), 권태 그것이다.
그렇건만 내일이라는 것이 있다. 다시는 날이 새지 않는 것 같기도 한 밤 저쪽에 또 내일이라는 놈이 한 개 버티고 서있다. 마치 흉맹한 형리(刑吏)처럼―나는 그 형리를 피할 수 없다. 오늘이 되어 버린 내일 속에서 또 나는 질식할 만큼 심심해해야 하고 기막힐 만치 답답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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