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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17

피로사회

by goyooha 202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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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병철

역자: 김태환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날짜: 2012. 03. 05.

페이지: 128p

장르: 철학일반

 

2017. 10. 13. 총 1일간 독서

 

서평

시답잖은 힐링 관련 서적들보다 더 많은 위로를 준 책. 국가는 다르지만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때로는 호소력 짙은 감성적 문장보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쓰인 문장이 더 큰 공감을 불러온다.

 

메모

12p

지난 세기는 면역학적 시대였다. 즉 안과 밖, 친구와 적, 나와 남 사이에 뚜렷한 경계선이 그어진 시대였던 것이다.

 

13p

어떤 패러다임 자체가 반성의 대상으로 부상한다는 것은 그 패러다임이 몰락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21p

긍정성의 폭력은 박탈하기보다 포화시키며,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고갈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직접적으로 지각되지 않는다.

 

24p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는다.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 낸다.

 

25p

성과주체는 규율에 단련된 상태를 유지한다. 그는 규율 단계를 졸업한 것이다. 능력은 규율의 기술과 당위의 명령을 통해 도달한 생산성의 수준을 더욱 상승시킨다. 생산성의 향상이란 측면에서 당위와 능력 사이에는 단절이 아니라 연속적 관계가 성립한다.

 

27p

그러나 실제로 인간을 병들게 하는 것은 과도한 책임과 주도권이 아니라 후기근대적 노동사회의 새로운 규율이 된 성과주의의 명령이다.

 

28p

우울증은 성과주체가 더이상 할 수 없을 때 발발한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일과 능력의 피로이다. 아무것도 가능하지 않다는 우울한 개인의 한탄은 아무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는 사회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31p

야생에서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기법이 멀티태스킹인 것이다.

(중략)

수렵자유구역에 사는 동물은 주의를 다양한 활동에 분배하지 않을 수 없고 그런 까닭에 깊은 사색에 잠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략)

동물은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대상에 사색적으로 몰입할 수 없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삶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생존 자체에 대한 관심에 밀려나고 있다.

 

35p

우리 문명은 평온의 결핍으로 인해 새로운 야만 상태로 치닫고 있다. 활동하는 자, 그러니까 부산한 자가 이렇게 높이 평가받은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41p

근대는 신과 피안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현실에 대한 믿음까지도 상실하는데, 이러한 상황은 인간 삶을 극단적인 허무 속에 빠뜨린다.

(중략)

그 어디에도 지속과 불변을 약속하는 것은 없다. 이러한 존재의 결핍 앞에서 초조와 불안이 생겨난다.

(중략)

세계는 전반적으로 탈서사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허무의 감정은 더욱 강화된다.

 

50p

오늘의 사회를 특정짓는 전반적인 산만함은 강렬하고 정력적인 분노가 일어날 여지를 없애버렸다. 분노는 어떤 상황을 중단시키고 새로운 상황이 시작되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이다. 오늘날은 분노 대신 어떤 심대한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는 짜증과 신경질만이 점점 더 확산되어간다.

 

91p

카를 슈미트는 "진짜 적이 단 한명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내적 분열의 신호라고 말한다.

(중략)

진정한 친구가 단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슈미트에 따르면 무성격과 무형태의 신호인 것이다.

(중략)

긍정적으로 보아준다면 성격없는 인간이란 어떤 모습으로도 나타날 수 있고 어떤 역할이나 기능도 수행할 수 있는 유연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무형성 내지 유연성은 높은 경제적 효율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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