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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17

윌리엄 포크너: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미 외 11편

by goyooha 202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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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윌리엄 포크너

역자: 하창수

출판사: 현대문학

출판날짜: 2013. 11. 04.

페이지: 460p

장르: 영미문학

 

2017. 10. 26. ~ 2017. 10. 29. 총 4일간 독서

 

서평

문장이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넘칠 정도로 체험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어내려가는 것이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엔 책장을 빠르게 넘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상황과 이야기를 간접적이고 비유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돋보이는 책이다. 단편 열두편에 성공했으니 다음은 장편에 도전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메모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미]

9p

그러는동안 그들은 금목걸이 끝에 달려 있는, 허리띠 안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헛간 타오르다]

32p

그의 몇 해 되지 않는 인생의 무게는 이 세계를 떠나 날아가고 싶은 그의 욕망을 저지할 만큼은 무거웠지만, 이 세계 안에 굳건히 두 발로 서서 저항하고 변화를 꾀하게 만들기엔 너무 가벼웠다.

 

[메마른 9월]

62p

동쪽 하늘이 달에서 흘러내린 창백한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산등성이 위로 솟아올라 먼지로 가득한 대기를 은빛으로 물들인 달은, 커다란 그릇에 담긴 녹은 납 같았다.

 

[곰]

160p

그 순간, 그 열 살 짜리 소년은 자신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163p

처참하고 고통스럽게 짖어 댔던 사냥개들 앞에는 고독과 야생을 제외하고는 생명이라곤 아무것도 없었을 테니, 개들이 몸에 묻혀 온 악취는, 잠깐 몸을 숙여 암캐의 오만함을 가볍게 토닥거려 준 황야의 냄새일 것이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165p

그것은 자기 안에도 있는, 짐승인 개의 몸속에 있는 그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열망을 소극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 무엇이었다. 그것은 의심이나 공포와는 달랐다. 시간이 무화되어 버린 숲에서 느껴지는 그것은, 자신의 연약함과 무력함, 즉 비굴함이었다.

 

[브로치]

404p

한 사람은 '당신'이라고 했고, 다른 한 사람은 '나'라고 했다. 둘 중 누구도 '우리'라고 하지 않았다.

 

405p

하지만 가끔은 무기력한 지성에서 비롯된 고요하고 숙명적인 비관에 빠져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다. 이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리는 없어.

 

409p

다 끝장나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될 거야. 깨닫게 될 거야. 그러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었다.

 

416p

그는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침실로 돌아가는 순간, 그녀가 방금 다시 한 번 발산했던 여인의 따스한 내음은 결국 연약하고 덧없으며 쓸쓸한 향기로 차갑게 얼어붙어 버릴 것임을.

 

[마르티노 박사]

420p

그들은 아직 서로 소개를 받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로부터 10분 뒤 그들은 식탁을 떠났고, 그녀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으며, 다시 10분 뒤 그들은 그 집을 빠져나와 그녀가 일러준 주소로 택시를 타고 갔다.

 

423p

"그래, 이제 끝났어."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이제 끝난 거야."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곳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그녀가 다음번에도 누구든 이용해 먹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424p

결국 그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어 있어요. 이럴 때 선택의 가능성이 큰 건 악 쪽인데, 왜냐하면 선이 사실의 결여에서 비롯된 데 반해 악이 지닌 사악함은 사실로부터 도출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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