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2018

생의 이면

by goyooha 2020. 3. 6.
728x90

저자: 이승우

출판사: 문이당

출판날짜: 2005. 06. 15.

페이지: 245p

장르: 한국문학

 

2018. 08. 25. ~ 2018. 09. 17. 총 24일간 독서

 

서평

-

 

메모

17p

불행에 익숙해진 사람은 쉽게 운명의 무게를 받아들인다.

 

19p

어린 나이였지만, 한번도 어린아이다운 적이 없었던 그는 자신의 지긋지긋한 현실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그리하여 상처받은 그의 자존심은 현실로부터 자신을 유폐시키기를 꿈꿨다.

(중략)

요컨대 그의 독서에서의 몰두는, 책 속에서 낙원을 발견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현실에 눈감고 싶었을 뿐이었다.

 

68p

회고컨대 학교를 파하고 두 개나 되는 재를 넘어 마을로 돌아가는 일이 즐거움이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집은 그런 곳이어선 안될 것이다. 아니, 그런 곳일 수가 없을 것이다.

 

80p

이 세계가 나의 집이 아니라는 막막함, 그러나 이 세계를 뛰어 넘을 수 없다는 절망감. 길은 어디에나 있었지만, 그 어느 것도 나를 위한 길은 아니었다. 집을 갖지 못한 자의 구름 같은 떠돎에 자유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한낱 위안일 뿐이다. 나는 내가 이 세계의 변두리를 한없이 배회하기만 할 것이라는 불온한 예감에 일찌감치 사로잡혀 버렸다.

 

84p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랑의 정도, 또는 있고 없음이 아니라 그 방향이다.

 

108p

내 게걸스런 남독의 버릇에 숨은 동기가 있었다면 그것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 하나는 피난이고, 다른 하나는 은밀한 수련이다.

(중략)

그러나 결국 하나의 동기일 뿐이다. 동전은 안과 밖으로 나뉘어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두 개의 동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하나의 동전인 것이다.

 

110p

-그의 진단은 절반 정도만 맞다. 나의 증세는 대인 공포증이 아니라, 대인 혐오증 내지는 대인 기피증이라고 불러야 한다. 사람은 내게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112p

물론 사람들은 나를 향해 특별하다고 말했다. 특별한 쪽은 우리가 아니라 너다. 그것이 이단자를 칭하는 그들의 어법임을 나는 모르지 않았다.

 

113p

처음부터 그들로부터 소외되기를 원했던 건 아니었으므로 되도록 그들의 대화 속에 진지하게 참여하려고 했다. 사실이다. 그래서 정신을 모으고 열중해 보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 사이엔가 흥미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시들해지고, 나중에는 도대체 저런 이야기를 해서 무얼 하나 싶어지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중략)

그런 순간의 참기 힘든 소외감은 나를 낭패의 수렁으로 몰아넣었다.

 

119p

사람이 사람에게 유인되는 것은 고래로 둘 중 하나이다. 나를 끌어당기는 상대는 나와 같거나 나와 다르다. 제3의 유인력을 나는 알지 못한다.

 

120p

고백하건대 여성적인 것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결핍이다. 그리고 큰 결핍은 큰 욕망의 산실이며 큰 욕망은 큰 두려움의 미끼이다. 내 또래의 여자아이들에 대한 나의 이율배반적 정서에 반영되어 있는대로, 결핍 때문에 욕망하면서도, 그 욕망이 이루어져 내 속의 결핍이 채워질까봐 또 두려워한다.

 

147p

이름은, 어떤 사물에 대한 가장 제한적인 정의이다.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할 때 우리는 편의적으로 이름을 붙인다. 이름을 쓰는 것이 인식의 방법이긴 하지만, 그것은 최악의 방법이다. 이름을 붙이는 것은 구별하기 위해서이지 인식하기 위해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206p

애인의 요청은 그에게는 곧바로 명령이 된다. 하물며 위협 앞에서야 말해 무엇하랴. 그는 각서를 쓴다. 그는 왜 그러냐고도 묻지 않고 맹목적으로 복종한다. 순전히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이다.

' > 201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쪽 숲에 갔다  (0) 2020.03.06
여성의 종속  (0) 2020.03.06
마티네의 끝에서  (0) 2020.03.06
아몬드  (0) 2020.03.06
잘돼가? 무엇이든  (0) 2020.03.0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