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부를 해볼까/정치사상 개념

(2) 마키아벨리 : 혼합정부

by goyooha 2020. 12. 18.
728x90

다음 포스팅은 필자의 이전 블로그에 2017. 5. 17 게시하였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마키아벨리의 핵심 키워드 중 두 번째. '혼합정부'.

 

이 혼합정부는 민주주의의 삼권분립을 떠오르게 하는 체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지금처럼 대통령이나 총리 대신에 군주, 국회나 의회 대신 귀족계급으로 약간 다르긴 하지만, 각각 다른 계급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부패를 방지하고 법으로써 갈등을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비슷하니까.

   

 

정치사상에 관해 관심이 적었던 시절,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은 기억을 떠올려본다.

 

처음 읽었을 때는 고등학생 때였다. 어려운 책을 들고 허세를 부리기 좋아했던 사춘기였고, 그 허세만큼 고전 읽기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던 때이기도 했다. 학교 건물의 가장 위층에 있던 도서실은 놀기 좋은 곳이었다. 쥐죽은 듯 너무 조용하지도, 그렇다고 시끌벅적하지도 않았던 그곳은 책 냄새가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책이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있을 만한 책은 다 있었지만.

 

 

뜻도 모르고 읽었다. 군주론이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된 글인지,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그야말로 글자만 읽었던 셈이다. 지루했다. 와닿지도 않았다. 군주에게 악행을 부추기는 교활한 사상가라는 오명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듯했다. 그리고서는 대학생이 되고 한참 동안 잊고 있었다.

   

 

다시 접했을 때는 대학생 때였다. 친구와 놀기 반, 독서 반을 목적으로 일주일에 한 권씩 고전을 읽은 후 자유로운 토론을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도 허세가 조금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문맹이 책을 읽는 수준으로 읽은 것은 아니니 발전했다고 위안으로 삼아본다. 소주에 삼겹살을 먹으며 고깃집에서 군주론에 관해 이야기했다. 개발새발 쓴 A4 1페이지 분량의 독후감을 들고 "내 나름의 독서 감상은 이렇다" 하며 떠들었다. 하지만 그때도 제대로 읽은 것 같지는 않다. 마키아벨리라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이제 세 번째로 읽어보려 한다.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사상가도 그렇겠지만, 마키아벨리의 생각들은 매력적이다. 그 옛날 저런 생각을 했다는 게 존경스러웠다. 이번에 읽는 군주론은 특별할 것 같다.

   

 

(2) 마키아벨리 : 혼합정부

 

고대 그리스 이후 사상가들의 전통적 믿음이란 이랬다. "사회적 갈등은 좋지 않고 조화를 이룰 때만이 강건해질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도덕과 정치를 분리했듯이 또다시 반박한다. "정치체제 내에서 조직화한 사회갈등은 사회에 이롭다"

   

 

전통적 믿음의 '조화'의 강조는 좋은 말이다. 몇 년 전 내 생각도 저랬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로 정치를 축소해 보았을 때. 어딘지 모르게 항상 화가 나 있던 나 자신이 너무 철없어 보였다. 그래서 갈등을 조장하지 않는 사람, 화를 내지 않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람이 한 단계 더 성숙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지나고 보면 아니었지만. 처음엔 좋았다. 화내지 않고 좋은 말만 해주니 마음 상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유 모를 답답함이 마음을 옥죄었고 참을성이 좋지 않은 나는 털어놓고 다소 철없는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벽. 나와 다른 인간형이었고 그 사람에게 갈등은 용납될 수 없었던 것일까, 적어도 나와 표면적으로 갈등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끝났다. 내가 아니라 상대가 지쳐서. 결국은 내면의 갈등의 벽을 넘지 못하고 관계가 끊어진 것이다.

   

 

정치체제도 그와 같지 않을까. 갈등 없는 조화는 고인 물과 같다. 서로 간만 보면서 진짜 문제는 해결하지도 못한 채 썩는다. 건강한 갈등은 관계에 좋은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조직화한 사회갈등은 쉽게 말하자면 저런 것 아닐까.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조직화된 사회갈등은 국가를 역동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한 계급이 지배하는 사회는 서로 다른 계급이 갈등하는 사회보다 부패도가 높다.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은 좋은 정체이지만 견제하는 세력이 없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여 참주정, 과두정, 무정부 상태로 망가져 버린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이런 갈등하는 사회, 즉, 혼합정부만이 지속할 수 있는 정체라고 보았다.

   

 

그 예로 로마의 전성기를 들 수 있다. 로마가 강성국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혼합정부'에서 찾은 것이다. 세습 군주정에서 공화국으로 바뀌며 왕 대신 집정관이 2명이 되었고 이와 함께 원로원이 있어, '군주정+귀족정'의 형태가 되었다. 그 후 귀족들의 부패로 인해 평민을 대표하는 호민관이 창설되었고 이는 곧 '군주정+귀족정+민주정'의 혼합정부 형태가 되며 로마의 전성기를 끌어낸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이 '혼합정부'의 장점을 크게 세 가지로 말했다. 군주와 귀족, 평민의 세 계급이 서로를 견제하며 1) 정체의 부패를 방지하고, 항상 갈등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때문에 2) 갑작스런 정치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이런 계급 간 갈등을 분명히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불화를 최소화하고 자유를 누리는 것이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3) 법률을 제정하게 된다. 여기에서 법률은 글로 된 법을 말한다.

   

 

자유민주주의도 갈등을 통한 '혼합'체제이다. 개인의 능력 차이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수직적인 자유주의 모든 개인의 권리는 동등하다는 수평적인 민주주의가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잡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패가 적어지고 강건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삼권분립.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개념이다. 분명 정치사상과 상황은 시간이 흘러 변했지만,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수많은 정치체제와 사상들이 무엇을 위해서 나오게 되었는지. 그 의미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틀린 곳이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참고도서는 김만권 저 「그림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 로, 포스팅 제목과 주요 키워드를 인용하고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