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포스팅은 필자의 이전 블로그에 2017. 5. 12 게시하였던 글을 옮겨왔습니다.
정치학개론으로 그 문을 열었지만 안개 낀 도로 위를 운전하듯 갑갑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정치사상의 개관을 할 필요를 느꼈다. 필요성도 필요성이지만, 대학강의나 공부가 그렇듯 한 가지 내용만 죽 보다 보면 사고체계가 멈춰버릴 만큼 지루함이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 한 부분씩 보면 환기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떤 책이 좋을까 검색하다 보니 꽤 적절한 책이 있다. 「그림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은 각 사상가의 개념들을 흐름에 맞춰 정리하며 그림으로 쉽게 이해시켜주는 책이다. 그래서 선택했다.
욕심으론 하루에 엄청난 양을 몰아 보고 싶지만, 그렇게 하다간 며칠도 못 가서 지칠 것 같아 일주일에 2~3 개념씩 공부하고 글을 쓰기로 정했다. 간단한 사족과 함께 내용을 내 나름대로 요약. 따로 문서파일로 제작은 하지 않고 블로그에 그대로 포스팅하는 것이 좋겠다.
그럼 시작해보자!
(1) 마키아벨리: 비르투
들어가기에 앞서, 정치사상이란 무엇인지 정의를 대강이라도 잡고 지나가야 하겠다.
정치사상이란, 이 사회가 정당한가를 질문하고 대답하며, 발견되는 정치체제의 오류를 수정하고 고쳐나가는 것이다. 즉, 존재하는 정체를 정당화시키고, 기존 정치체제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고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정치체제가 안정되게 장기간 질서를 유지하려면 바람직한 통치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반드시 질문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내용을 정의할 정치사상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사상은 크게 나누었을 때, 고대사상과 근대사상으로 나뉘는데(현대는 나중에 생각해보자) 그 둘이 구별되게 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도덕'이다.
소크라테스 이후 그리스 고대정치사상은 "무엇이 바람직한 정치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이 말은, 정치와 도덕을 같은 선상에 놓고 함께 취급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를 시작으로 하는 근대의 정치사상은 정치와 도덕을 분리하여 보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근대 정치사상으로의 진격나팔을 분 마키아벨리의 개념 중 '비르투'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고대의 사상가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런 말을 했다.
"좋은 정치체제란 인간 개인이 가진 최상의 덕을 실현하는 정체이다"
역시 도덕과 정치를 같은 개념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런 말에 반박이라도 하듯, 마키아벨리는 "정치는 도덕이 아니라 정치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정치와 도덕은 별개의 개념으로, 정치는 한 국가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능력이라 본 것이다. 그리고 이 갑작스러운 정치변동에 대해 유연한 대응을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정치적 능력이라고도 한다.
여기서 '유연한 대응'이 오늘의 주제인 '비르투'이다. 이 '비르투'는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인 '포르투나'를 극복할 힘을 일컫는다. 마키아벨리의 이 '운명에 대한 저항' 이란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마키아벨리가 살고 있던 17세기 이탈리아로 돌아가 보자.
그 당시의 이탈리아의 도시상업 국가들은 주변국인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고 교황의 간섭하에 정체 유지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교황은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려 끊임없이 국가통일을 방해했고, 프랑스와 스페인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이탈리아를 지배하고자 빈틈을 노렸다. 그로 인해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는 분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국내 상황에 피렌체와 이탈리아인들은 체념하고 현실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이게 된 것이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던 마키아벨리는 예측할 수 없는 우연하고도 갑작스러운 여러 다양한 정치변동과 환경변화에 적극적이고 능숙하게 대처해 시민들을 결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글로 옮긴 것이 그 유명한 「군주론」이다. 「군주론」은 당시 공화국이었던 피렌체가 메디치가에 의한 군주정으로 바뀌자 이 메디치가에 염원을 담아 바친 것이다.
이 「군주론」 중 논란이 된 부분이 있었다. 이는 바로 '군주가 필요에 따라 간계, 속임수, 폭력과 같은 사악한 수단을 쓸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도덕과 정치를 드디어 분리해 생각한 것이다. 단순히 글자 그대로 읽으면 도덕성을 버리라는 것인가 싶기도 한 문제의 부분은 나름 이유있는 결론이었다.
군주정 하의 인민들은 자신들이 국가의 주인이 아니므로 국가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강하게 보인다고 믿었던 마키아벨리는, 이런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익의 추구가 예측 불가한 정권의 정복이나 군주의 시해라는 우연한 정치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이것을 미리 예견하고 방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 지도력으로 인민들의 자기 이익추구 성향을 잠재워 시민들을 단합시켜야 하고 그 과정에서 때때로 위에서 언급한 사악한 수단을 사용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악한 수단으로 얻은 권력은 오래가지 않는다고도 했으니, 적극적 권유를 한 것은 아닌 셈이다.
아마 지금으로 말하자면, 정치적 기술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내 생각은 다음 부분에서 나오게 되었다.
'도덕적으로 보여서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다.'
이렇듯, 마키아벨리는 도덕은 정치를 운영하는 하나의 수단인 것이지, 정치가 지향하는 목적은 아니므로 정치 지도력을 펼칠 때 도덕성에 갇히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말한 것이다.
* 틀린 곳이나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 참고도서는 김만권 저 「그림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 로, 포스팅 제목과 주요 키워드를 인용하고 내용을 요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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