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너새니얼 호손, 마크 트웨인, 샬롯 퍼킨스 길먼,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에드거 앨런 포, 허먼 멜빌, 헨리 제임스, 윌리엄 포크너, 스티븐 크레인, 셔우드 앤더슨, 찰스 W. 체스넛
편자: 한기욱
출판사: 창비
출판날짜: 2010. 01. 08.
페이지: 347p
장르: 영미문학
2017. 10. 24. ~ 2017. 10. 26. 총 3일간 독서
서평
요약한 작가의 생애와 여러 작가의 단편을 모아둔 것이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좋았으나 간혹 비문이 보여 안타까웠다. 이 책으로 대표적 단편을 접한 후 단편집을 따로 찾아 읽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메모
[너새니얼 호손 <젊은 굿맨 브라운>]
29p
그리고 그가 오래 살다가 백발의 주검이 되어 장지로 실려갔을 때, 노파가 된 페이스와 자식들과 손자들이 따라가 적잖은 이웃 사람들을 제하고도 상당한 장례 행렬을 이루었지만 그들은 그의 묘비에 희망적인 비문 한 줄 새기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의 임종의 시간은 침울했기 때문이다.
[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
33p
어쩌면 장차 나의 환상을 상식으로 풀이할 수 있는 지식인이 나올 것이다. 나 자신보다 더 차분하고 더 논리적이며 훨씬 더 냉정한 지식인, 내가 두려워하며 상술하는 상황에서 오로지 범상하게 연결된 자연스러운 일과들만을 파악할 지식인 말이다.
35p
순간 나는 분노의 악귀에 사로잡혔다.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의 본래 영혼이 즉각 내 몸에서 빠져나가는듯했고, 마귀보다 더한, 술로 인해 생겨난 악의가 온몸에 속속들이 스며들었다.
36p
그러나 그것은 기껏해야 미약하고 모호한 감정이었고, 영혼이 훼손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다시 폭음에 빠졌고, 곧 그 행위의 기억은 모두 술로써 잊혀졌다.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50p
나는 배심원단 앞에서 열변을 토하거나 대중의 갈채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일절 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아늑한 사무실에 처박혀 부자들의 채권, 저당증서, 부동산 권리증서 등을 쌓아놓고 수지 맞는 일을 하는, 그런 야심없는 변호사 중 하나이다. 나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나를 더없이 안전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중략)
나는 그의 이름을 자주 입에 올리기를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 이름에는 구슬같은 원순음이 있어서, 마치 순금에 부딪힌 양 낭랑하게 울리기 때문이다.
83p
나는 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한순간 나는 오래전 버지니아에서 구름 한점 없는 어느 여름 오후에 번개에 맞아 파이프를 입에 물고 죽은 사람처럼 서있었다. 활짝 열린 따뜻한 창가에서 그는 죽었고, 그 꿈결같은 오후에 창밖으로 몸을 구부린 상태 그대로 남아있다가 누군가가 건드리자 푹 쓰러졌다는 것이다.
[헨리 제임스 <진품>]
117p
나는 소망이 생각을 낳기 마련이라 당시 자주 그랬듯이 초상화를 그려달라고 오는 사람들을 즉각 떠올렸다.
118p
그 미소는 사그라진 미모를 어렴풋이 암시해 줄뿐더러 유화의 '퇴색한' 부분을 젖은 스펀지로 닦아냈을 때와 같은 효과가 났다.
(중략)
그리고 얼굴에 표정이 담기지 않은 여자치고는 몹시 슬퍼보였다. 말하자면 그녀의 화장한 타원형 얼굴은 마치 노출된 표면처럼 마모된 흔적을 드러냈던 것이다.
134p
그의 말을 듣다보면 외출할 때의 신나는 기분과 집 안에서 알뜰하게 지내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었다.
137p
만인을 표현한 인물은 없지 않은가. 그럴 경우 결국 누구도 표현하지 못하는 인물이 될 것이다.
154p
내 친구 홀리는 모나크 소령 부부가 내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입혀 이류화가의 기교를 부리게 만들었다고 두고두고 지적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 해도 그런 대가를 치뤘다는 것에 만족한다. 두 사람에 대한 추억의 대가 말이다.
[스티븐 크레인 <소형 보트>]
219p
그런 다음 보트는 경멸하듯 물마루를 들이받은 후에 긴 경사면 위로 물을 튀기며 미끄러지듯 달려내려와 수면에 닿으면서 다음번 파도의 위협 앞에서 고개를 위아래로 홱홱 움직이며 끄덕대는 것이다.
[셔우드 앤더슨 <달걀>]
255p
그들은 야망을 갖게 되었다. 출세하겠다는 미국적 열정이 그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258p
별로 소유한 것이 없는 사람들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단단히 붙든다. 삶을 너무 실망스럽게 만드는 사실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것이다.
[스콧 피츠제럴드 <겨울 꿈>]
282p
"언제나 키스를 받고 있는 모습이야! 읍내의 온갖 송아지 같은 놈들한테 그 큰 암소의 눈알을 돌리면서 말이야!" 헤드릭 씨가 모성본능을 언급하려 했는지는 의문이다.
283p
그날 오후 늦게 해가 지면서 황금색과 변화무쌍한 청색이며 진홍색이 뒤섞여 광란의 소용돌이를 보여주었고 메마르고 바스락거리는 서부 지방 특유의 여름 밤을 남겨 놓았다.
(중략)
그것은 절절하게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고 이번만은 자신이 삶에 멋지게 조율되어 있는 느낌, 주위의 모든 것이 다시는 결코 알지 못할 환한 빛과 신비한 마력을 뿜어내고 있는 느낌이었다.
285p
그의 마음이 마치 보트의 플라이휠처럼 홱 돌아갔고, 생애 두 번째로 그녀의 우연한 변덕이 그의 삶에 새로운 방향을 부여했다.
288p
"내가 좋아하던 남자가 있는데, 오늘 오후에 마른 하늘에 날벼락치듯 자신이 땡전 한푼 없는 가난뱅이라고 실토하는 거예요.
(중략)
그 사람은 시작부터 잘못된 거예요.
(중략)
……우리는 시작부터 제대로 해요."
289p
아무것도 아끼지 않음으로써 되레 결핍을 창출하는 자선과도 같은 키스였다.
290p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젯밤에는 어떤 남자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하고 속삭였을 때, 그 말이 덱스터에게는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들렸다.
(중략)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키스를 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때 그는 그녀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자기에게 애써 거짓말까지 하는 수고를 했다는 것이 기뻤다.
291p
그녀는 "어쩌면 언젠가는요"라거나 "키스해줘요" 혹은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아니면 "당신을 사랑해요"하고 말했다. 말하자면 그녀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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