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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17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by goyooha 2020.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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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중혁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날짜: 2014. 03. 20.

페이지: 420p

장르: 한국문학

 

2017. 11. 06. 총 1일간 독서

 

서평

먼저 읽었던 <나는 농담이다>에 비하면 걸작. 캐릭터를 구성하는 데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 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작가는 모든 인물들의 태도가 비슷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대화가 과장되어 있다는 점도. 그래도 전체 이야기는 스릴있는 부분도 있으면서 나름 짜임새 있었다. 결말부분의 연결이 조금 부자연스럽기는 했지만.

 

메모

13p

그가 짓는 미소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의, 단순한 긍정을 표하는 미소였다.

 

47p

그는 몸을 떨고 있었다. 조금 더 심하게 떨면 고였던 눈물이 밖으로 튕겨져 나올 것 같았다. 그 모습은 마치 스위치 끄는 걸 잊어버린 젖은 전동 칫솔 같았다.

 

85p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나를 둘러싼 세계와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

(중략)

구동치는 두 개의 세계 모두에서 물건을 없애는 것을 풀 딜리팅이라 불렀고, 나를 둘러싼 세계에서 내가 모르는 세계로 물건을 옮기는 것을 하프 딜리팅이라 불렀다.

 

99p

구동치가 좋아하는 아리아 중에 <슬픔의 벽은 설탕으로 만들어졌지>라는 곡이 있는데, 슬픔의 틈을 생각할 때마다 그 노래가 생각났다. 다른 사람들의 슬픔을 달콤하게 이용해먹는 자신을 비난하는 노래 같았다.

 

114p

"바쁘게 사는 건 좋은데, 그렇게 힘없게 다니면 남자들이 싫어해요. 결혼할 나이도 지난 것 같은데, 요새 남자들은 발랄하고 상냥하고 그런 여자들을 좋아하잖아."

"네, 감사합니다. 참, 어젯밤에 주민 회의 한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됐어요? 제가 참석을 못 해서요."

 

214p

어머니의 눈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언덕을 한참 내려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울음이 터졌다. 어머니가 없다는 게 그제야 실감났다. 어린 나이였지만 천일수는 어머니의 마지막 고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언덕 아래를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비명이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귀신의 소리일지도 모른다고, 천일수는 생각했다. 벗어나고 싶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무서웠지만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328p

살아 있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이 삶을 붙잡으려는 손짓이라면, 죽고 난 후에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으려는 마음은, 어쩌면 삶을 더 세게 거머쥐려는 추한 욕망일 수도 있었다.

 

388p

구동치는 김인천에게로 갔다. 김인천은 없다. 없다. 이제 없지만, 없는 곳으로 구동치는 갔다.

 

402p

추운 겨울 커다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으면, 기분이 묘했다. 아무도 없는 빈 방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보일러가 꺼진 방 한가운데, 방석도 없이 앉아 있는 것처럼 모든 게 싸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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