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
역자: 전미영
출판사: 부키
출판날짜: 2012. 10. 24.
페이지: 304p
장르: 사회학, 사회복지, 사회문제
2020. 04. 27. 총 1일간 독서
서평
읽는 내내 백인 여성의 연극 쇼를 보고 있는 듯했다. 물론 취지는 좋다. 호황기가 끝나고 불황으로 한참 접어든 미국 내의 화이트칼라 즉 중산층의 몰락을 몸소 경험하고 보여주고자 한 의도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에세이에 재능이 없는 듯하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면접이나 세미나 등 상황에서의 불평불만은 재미를 넘어서 지루하기까지 하다. 핵심적으로 저자는 '화이트칼라' 계층을 이해조차 하지 않고 구직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생물학 박사 학위까지 있다는 저자는 이유는 알 수 없으나 학계의 분위기를 더 우위에 두고 화이트칼라 시장을 개판 오분 전으로 묘사한다. 물론 현실은 그렇다. 그러나, 나는 학계의 고상한 분위기라던가 출판업계의 정중함같은 것에 공감하지는 못하겠다. 국가가 달라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사는 것은 어렵다. 특히 중년의 나이에는 더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일종의 기자정신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면 편견은 저 멀리 널어두고 임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는 구직활동을 하는 내내 자신의 직업과 계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불편했다.
전체적인 책 내용을 보자면, 마치 취업준비서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도 실패한 사람의 꼰대같은 조언이랄까. 이것저것해보고 돈도 들여보고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여러 사람도 만났지만 결론은 실패! 그러므로 현실은 참혹하다! 이런 결론이다.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안 그래도 참담한 현실을 더욱 참혹하게 그려놓았다.
나도 한 비관주의하는 인간이지만 너무 나갔다 싶었다. 저자는 평생 유색인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메모
14p
좋든 싫든 기업은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단위이고 우리의 삶은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지금 나는 갭(Gap)에서 산 옷을 입고 립톤(Lipton) 홍차를 홀짝이며 아이비엠(IBM) 노트북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모두가 기업에서 만든 제품이다. 비행기를 운항하는 것도(항상 시간을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음식을 갖다 주는 것도(요즘엔 기업이 식량 생산 영역으로까지 점차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기업이다. 모든 게 기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나는 기업 세계의 바깥에서 쓴소리를 해 왔지만 이제는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66p
절망에 직면해서도 승리자의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지점에서 음울한 칼뱅주의의 자기 관리는 돌연 핏기 없는 향락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집에 박혀 있지 말고 헬스클럽에 가서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라, 친구와 점심을 함께 먹어라, 좋아하는 일의 목록을 만들어라 등등.
116p
"가사와 육아로 인한 공백이 있다면 어떻게 하지요?" 론은 이렇게 대답했다.
대단한 사연을 가진 거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 사연이 구직을 가로막는다면 문제가 되겠지요. 설득력 있는 사연을 제시해야 합니다.
'거지'라고? 흠, 우리 사회에서 어머니의 지위를 그대로 드러낸 말이군. (중략) 가사라는 게 흥미진진한 설명을 덧붙여야만 하는 이례적인 경험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 혼자뿐인 것 같았다.
135p
남성을 성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잘생기고, 키가 크고, 목소리가 굵직한 특징들은 사무실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반면 여성의 성적 매력은 경력을 끝장내는 어뢰가 될 수도 있다. (중략) 아름다움이 장애가 되는 것이다.
아주 아름답고 젊은 여성은 사람들이 진지하게 대해 주지 않는다. 특히 남성들이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름다운 젊은 여성을 전문가나 권위자로 여기지 않는다. 또 남성과 여성 공히 아름다운 여성은 지성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며 그렇게까지는 아니라 해도 경박한 존재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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