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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20

에코의 초상

by goyooha 2020.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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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행숙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날짜: 2014. 08. 18.

페이지: 161p

장르: 한국문학

 

2020. 01. 22. ~ 2020. 01. 23. 총 2일간 독서

 

서평

시여서 그런건지 어렵게 써서 그런건지.

 

메모

24p

<유리창에의 매혹>

 

이 집에 자주 들르는 이유도 커다란 유리창 때문이라고 말했지.

망원경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밤하늘에 나타나는 별들도 많아지니까.

 

뭐? 우리 동네에 커피 전문점이 부쩍 많아진 이유가 커다란 유리창 때문이라고? 백 년 전 젊은이들에게 유리창은 모던하고 신비로운 물체였어. 세상의 모든 골목에서는 유리창을 깨뜨린 아이가 혼쭐나는 날들이 백 년 동안 반복되었지. 유리창은 있으나 없으나 똑같을 것 같은데.

 

똑같다고 말할 때, 너는 잠깐 이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얼굴이 되었다. 이 바보야, 이렇게 환한 커피전문점에서 유리창이 밤을 밀어낼 때, 어둠은 거울 속처럼 너의 얼굴을 가져간다.

 

커피를 마시며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이번엔 꼭 시험에 합격하여 공무원이 되었으면 좋겠다. 여섯 시 정각에 퇴근하는.

 

여기에 앉아 있으면 저녁 여섯 시 무렵부터 시작되는 마술을 볼 수 있지. 세상의 모든 커피 전문점 2층의 천장에 박힌 알전구들이 유리창 너머 허공 속으로 한 개씩 한 개씩 늘어서는 …… 어쩐지 친구를 한 명씩 한 명씩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유리창 너머에서.

 

사람들은 백 년 동안 한결같이 유리창을 사랑했다는 생각이 들어. 유리창을 통과하여 찻집으로 날아든 하얀 새를 보면서, 유리창이 가짜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새가 가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마주 앉아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어.

 

28p

<새의 위치>

 

날아오르는 새는 얼마나 무거운지, 어떤 무게가 중력을 거스르는지, 우리는 가볍게 사랑하자. 기분이 좋아서 나는 너한테 오늘도 지고, 내일도 져야지.

어쩜 눈이 내리고 있네. 겨울 코트엔 온통 깃털이 묻고,

공중에서 죽어가는 새는 중력을 거절하지 않네.

우리는 죽은 새처럼 말이 없네.

나는 너를 공기처럼 껴안아야지. 헐거워져서 팔이 빠지고,

헐거워져서 다리가 빠져야지.

나는 나를 줄줄 흘리고 다녀야지. 나는 조심 같은 건 할 수 없고, 나는 노력 같은 건 할 수 없네. 오늘은 내내 어제 오전 같고, 어제 오후 같고,

어쩜 눈이 내리고 있네. 오늘은 할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그러나 오늘은 발자국이 생기기에 얼마나 좋은 날인지,

사람들은 전부 발자국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네. 춥다, 춥다, 그러면서 땅만 보며 걸어다니네.

눈 내리는 소리는 안 들리는데 눈을 밟으면 소리가 났다.

우리는 눈 내리는 소리처럼 말하자. 나는 너한테 안 들리는 소리처럼 말했다가

죽은 새처럼 말했다가

죽은 새를 두 손에 보듬고 걸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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