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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2020

독한 연애

by goyooha 2020.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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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윤이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날짜: 2015. 03. 13.

페이지: 164p

장르: 한국문학

 

2020. 01. 20. ~ 2020. 01. 21. 총 2일간 독서

 

서평

흠.

 

메모

16p

<유하>

 

여름은 잠가도 잠가놓아도 누수였습니다

관(管)이었는지 줄창 빗소리

밤늦게 비는 전국으로 확대될 요란한 비였습니다

틈입할 여유를 주지 않을 때 다를 게 뭐랴 마음이 비어서

고로 나는 비를 그만 단수시켰습니다

사랑도 이별도 제대로 관둔 적 없었으므로

 

달 전에는 유례가 없었던 뭔지 모를 일입니다

이승은 불시에 가물고 그대, 내가 올려다보던 눈길로 그늘마저 환합니다

아침먼지 낀 채광창인 양 눈가를 비비던 수그러진 유향나무로 그대가 웃습니다

마침 이파리 조용조용 웃습니다

날이 부셔 눈물 핑 돌 지경입니다

매화, 백동백, 산수유, 왕대숲 사부작대는 스무여 개의 은유로만 봄뜨락을 들여앉힌 거였습니다

완벽한 신뢰란 지뢰의 뇌관을 밟고 있는 법이었기에 불식간 뻥, 꽃의 포효로 터져버릴 환상

그 위험천만함을 원해 눈을 감고도 싶었습니다

그와 뼈를 묻고 싶던 집, 낭만적 망명 거기 더 머물러도 좋았으련만

 

빵꾸난 하늘 밑 꽃이 다 진 날

지상은 사뭇 달랐습니다

흰 팔다리처럼 매달렸던 것들이 나무에서 부득불 떨어져 내렸습니다

봄날은 지척이면서 천리만리 못 가볼 뒤안길이어서

그저 지난날들에게 안부 전하고 싶었습니다

휘청거리는 하오

짧은 절망과도 같은 뇌성이 치고 하우중(夏雨中)이었습니다

 

100p

<연애가 연애를 할 때>

 

연애란 영화 아니겠어요 당연 여자가 근사한 용모의 남자에게 내동댕이쳐지죠

남자는 무엇보다 인간미가 넘쳤습니다

나는 말예요 여자가 그만을 바라볼 때 남자는 주위를 살피는

그걸 보고 울음 터뜨렸어요 사랑을 이룰 순 없다는 것도 틀림없다 여겼죠

여자가 하도 바보 같아 내가 연애에 다 뛰어들고 싶었습니다

흰 시트에 몸 누인 여자를 도꼬마리 풀섶으로 끌고 가

단추가 끌러지도록 왕창 패주고 싶었다고요

그러다가 말았습니다

 

거기 공간에 살지 못해서가 아니라, 별안간 버려진

여자를 이미 걷어들여 살리고 있으니까요

액면 그대로 보라곤 마세요

너무 심원하다거나 심취했다고도 마세요

당신이 남의 형편을 몰라 하는 얘깁니다

오래 지연되어 모를 당신, 후일 미안한 마음일 것 같거든

실없는 미소로만 말고 이후 제게 알려줘요 어서 투욱―툭 벗어버려요

나는 계속 사랑하면서 영화를 봤고 도꼬마리가 달라붙은지도 몰랐거든요

얄궂은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어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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