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조선시대 자매인 두 여성의 추리극이다.
처음은 이 작품의 화자인 '민환이'가 남장을 하고 '규'라는 인물로 가장한 채 제주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배 위에서 그는 한 남성(이후 홍 목사라는 것이 알려짐)에게 자신을 '규'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며 먼 친척을 찾는다고 말한다.
제주에 도착 후 한참이나 길을 헤매다 동생인 '민매월'을 만나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떠난 길에서 그 시대 '공녀'에 얽힌 제주의 상황과 진실을 마주하게 되고, 작품 중간마다 '진실' 혹은 '아버지 찾기' 사이에서 혼란에 빠지게 되지만, 이전까지 큰 교류가 없었던 동생 매월과 적극적으로 추리하면서부터 흔들리지 않고 정말 '끝장'을 보기 위해 달려나간다.
양반집 규수 같은 '민환이'와 조금은 자유분방하고 거칠게 보이는 '민매월' 자매가 서로 갈등하면서 나누는 대화나 해결해나가는 방식은 단순한 추리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특히, 화자 '민환이'가 자신의 본래 이름을 밝히고 남장 없이 사건조사를 하기 시작한 순간에는 이유모를 카타르시스까지 느꼈다. 작품 속에서는 그 시대가 원하는 '여성성'과 본래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여성성'의 괴리가 계속해서 그려지고, 소위 유명한 조사관이자 남성이었던 아버지가 마무리짓지 못했던 사건을 조사과정에서 여성간의 연대를 통해 해결하고 피해자들을 구출하는 장면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사이다를 마시는 느낌을 선사해준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잘 녹여낸 미스터리물이라니. 빠질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다양한 인물들(특히나 여성들) 간의 관계들도 너무나 자연스러워 작가가 순수 대한민국 토박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 하지만 작가는 캐나다인이었다. 이것에서도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이 작품에 완전히 감명받아 허주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 번역되어 출판된 다른 책이 없다.
영어가 유창하다면(물론 읽기능력이) 〈The Silence of Bones〉나 〈The Red Palace〉를 추천한다. 〈The Red Palace〉는 포브스가 선정한 '2022년 가장 기대되는 책'에도 선정되었다고 하니, 뜨는 작가라고 볼 수 있겠다.
진부한 말이지만, 이 작품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앞으로도 이 작가의 작품이 나온다면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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